KoreanFoodie's Study
[MiniEssay] 일 본문
아.
오늘은 정말로 일하기가 싫은 날이다.
누군가가 평소에 일하고 싶었던 날이 얼마나 있었냐고 나에게 물어본다면, 나는 하늘에 떠있는 달을 가리킬 것이다.
그리곤 아무것도 없는 빈 하늘을 보고 있는 질문자의 눈동자를 가볍게 찔러버려야지.
원래 말 같은 질문을 해야 대답을 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법이다.
휴.
정말로, 오늘만큼은 더 이상 일을 할 수가 없다.
누군가가 나에게 오늘 얼마나 일했냐며, 무슨 일을 했는지 한번 들추어 보려 한다면.
나는 사춘기 소년이 되어 짝사랑하는 같은 반 여학생에게 인터넷 검색 기록을 들키는 듯한 부끄러움을 느낄 것이다.
되도 않는 변명을 잔뜩 늘어놓아야지. 손은 눈보다 빠르지만, 입보다는 훨씬 빨리 지치는 법이라며 필사의 항변을 펼칠 것이다.
지금도 나는 일을 하고 있지 않다.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 건지, 아니면 사실 일을 하기 싫어 글을 쓰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건, 일하지 않고 글을 쓰는 건 정말 재밌다는 거다. 창작 욕구가 솟구친다. 손가락이 키보드에서 춤을 춘다.
그렇다면 글을 쓰기 위해 나는 일을 해야 하는가. 일이 나의 페이소스가 되버린 걸까. 일을 해야만 글이 술술 나올 수 있는걸까.
어느 쪽이든, 나는 여전히 일을 하고 싶지가 않다.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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