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Foodie's Study
[MiniEssay] 싸구려 소설 본문
들어봐.
내가 노래를 들으며 에스컬레이터를 천천히 내려가고 있었는데 말야.
내려가다 보니 스쳐 지나치는 사람들도 역시 나와 같은 에어팟 프로를 갖고 있더라고.
근데 그 중 한 분이 에어팟 프로를 떨어뜨린거야. 케이스를 닫다가.
어쩌긴 어째, 친절함이 모토인 내가 못 본척 할 수 없었지.
그래서 마치 카드 마술을 하듯 과장된 손짓으로 튕겨 나가는 에어 팟을 하나, 둘 집어 그분에게 건내주었어.
깜짝 놀라 청설모처럼 눈을 똥그랗게 뜬 그분은 에어팟 한쪽을 어색하게 들고 있었지. 마침 나는 에어팟을 끼고 있었기에, 왼쪽 콩나물을 잠시 빼어들고 그분의 에어팟에 가볍게 부딪혔어.
Cheers. 에어팟 건배와 함께 나는 나지막이 그런 문구를 내뱉고 유유히 그 자리를 빠져나왔어.
아마 모르긴 몰라도, 그 분에게는 평생 두고두고 써먹을 재밌는 술안주가 되었겠지?
.
.
.
휴.
학원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는 별 생각이 다 나는 것 같아.
에어팟 하나 덕분에 이런 싸구려 소설이 써지는 것을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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